안녕하세요, 이번 10분 콘테스트에 게임 〈방 안에 잠기다〉로 참여하게 된 팀 ‘이불 밖은 위험해’의 팀장(이자 기획 겸 아트)입니다. 원래 이런 후기는 개발 중에 쓰고 ‘이 후기를 보고 계신다면 제가 마감에 성공했다는 거겠죠…’ 라면서 서두를 떼는 게 정석이라지만, 게임 마감이 다소 급했던 만큼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게임 <방 안에 잠기다>는 어드벤처형 포인트 앤 클릭 게임으로,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물고기가 되어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임의 근시적인 목표는 단순합니다. “뭐라도 하자.”
게임 <<a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a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a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a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a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a href="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20"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플레이하기 : https://mandlemandle.com/project/sinkingintheroom/game
사실, 뭐라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거든요.

아래로는 매우 긴 개발 비하인드가 이어집니다.
<strong>!!주의!! 비하인드는 게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방안에 잠기다 팀장 비하인드
게임 프로젝트 자체는 대학 수업의 기말 프로젝트 작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제와 볼륨 측면에서 상당히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서 공모전을 계기로 많은 부분 디벨롭을 하게 되었고요. 이 자리를 빌어 뭔 요상한 걸 넣고 싶다고 해도 다 넣어 주신 개발자 두 분과 끝없는 피드백을 반영해 멋진 스크립트를 만들어주신 시나리오 라이터 님께 감사드립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정신 건강과 관련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저 또한 이불 밖이 위험하고, 방 안에 잠겨 죽을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치열하게 살아가는(여기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까지도 포함됩니다!)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이 게임은 팀장의 권한으로 시작한 일종의 한풀이입니다(!).
정신적으로 지쳐 방 안에 갇혀버린 사람을 방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하자. 이 단순한 핵심 아이디어가, 팀원들을 만나고 몇 차례의 회의를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기획에 있어서는 ‘게임 플레이어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난해하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논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한 매커닉이 포인트 앤 클릭이었습니다. 게임성을 따지자면 다소 클리셰적인, 새롭지는 않은 방법이죠. 하지만 복잡한 퍼즐을 만들거나 더 복잡한 작동 방식을 찾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중심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포인트 앤 클릭과 같은 단순하고 명료한 매커닉이 가장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방 안에 잠기다〉가 탄생하게 되었네요. 게임의 난이도 조절 측면에서도 운적인 요소보다는 플레이어의 조작에 레벨 디자인을 맡기는 편이 조금 더 메시지 전달에 용이할 것 같았고요. 정말로, 게임 내 그래픽과 UI 등의 변화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통해 이루어진 시간의 경과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죠.
그래픽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했기에(…) 짧게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 수인이의 디자인은 인어공주에서 따왔습니다. 다만 ‘인어’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는 아니길 바랐어요. 미형이 아닌, 조금은 슬퍼 보이는 물고기 인간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던 것 같네요. 인간 버전의 묶은 머리는 등지느러미에서 따왔습니다. 게임의 그래픽적 묘수 중 하나는 유니티에서 구현된 물 질감과 빛의 변화인데, 이건 개발자 님께서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것 같네요.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 보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건 게임이니까! 시간을 UI에서 말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 결정을 하기 전에는 시간의 변화를 물과 빛의 그래픽으로 구현하고자 했고, 지금은 유일하고 절대적이진 않더라도 게임의 몰입을 돕는 좋은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리뷰에서도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듯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과 영화 〈돌연변이〉, 그리고 동화 〈인어공주〉가 기획 단계에서 주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커다란 갑충이 되어버리고, 가족들에게 외면받다가 결국 사과를 맞아 곪은 자리 때문에 죽어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간’은 쉽게 소외되죠. 사회에서 소외될 뿐만 아니라, 소외된 자신마저도 자신을 소외시키곤 합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도 없고, 그 사실을 깨달을수록 무능력한 자신이 더욱 미워지고요. 무력감이 내 의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대사들에서 과하게 감정적이게 되지는 않되, 이런 감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소재들을 찾기 위해 팀원들과 고군분투했던 것 같습니다. 도움을 주신 교수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맥주 한 캔 까면서”요. (사실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맥주를 마실 시간은 없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듯 머리를 짜내며 아이디어 디벨롭을 했던 쪽에 가까웠죠…)
나를 미워하고 방치하기 너무 쉬운 세상입니다. 그런 감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인상적인 리뷰들을 남겨 주셨더라고요.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며 일상의 활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게임을 잘 느끼고 즐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방안에 잠기다 영상 디자이너/사운드 디자이너/시나리오 라이터 비하인드
뭔가 타이틀이 되게 많은데, 뻥튀기가 된 감이 적잖이 있습니다. 그저 이것저것 넓고 얕게,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대한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뽑아내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너무나 전문적인 역량으로 기적 같은 팀플을 보여주신 팀원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D
-영상
몽환적으로도 봐주시고, 크리피하게도 봐주신 꿈 영상들은 무료 저작권 소스들을 열심히 디깅하고 골라, 최종 컷들을 편집하고 색과 효과들을 살짝 만진 결과입니다. 그동안 50여 편 정도의 뮤비, 광고, 영화 등 영상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요. 직접 카메라를 운용해 촬영을 했지, 이미 찍어놓은 상관 없는 소스들을 배치하고 편집해 그 속에 감정과 서사를 담는 시도는 처음이라 신선했습니다. 춤과 물고기의 모티브를 계속 가져가려 했고, 두 꿈은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내고 싶었습니다. 컷들이 짧은 듀레이션을 가지고 배치될 것을 고려해 시선의 동선이 많이 튀지 않도록 미세하게 프레이밍을 했습니다.
첫째날의 꿈은 물에 잠긴 사람의 비명, 어항 속 물고기 이미지 등으로 답답한 악몽 같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직까지 불안감에 떠는 수인이의 무의식 같은 느낌으로요. 둘째날의 꿈은 좀 더 묘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 시점의 플레이어는 수인이의 무용에 대한 서사, 유진이와의 서사를 어느 정도 캐치했을 것을 감안하며 만들었습니다(누군가가 뻗어오는 손길 등). 이때 삽입된 사운드는 카우아이오오라는 멸종된 새의 마지막 녹음된 음성입니다. 아름답고도 외로운 소리라고 생각해 언젠가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사운드
포인트 앤 클릭으로 진행되고 역동성이 높지는 않은 게임인 만큼, 성공과 실패에 대한 피드백을 사운드로 효과적으로 표현해 게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창문을 열 때 끼익 여는 소리와 바람 소리, 음식을 먹을 때 과일을 씹는 소리, 양치할 때 치카치카하는 소리 등을 넣어서, 상호작용 성공 시 청각적으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또 맵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시간의 흐름을 잘 표현하기 위해 팀원들이 고심했는데, 사운드 방면에서는 날짜가 변경될 때의 종소리나 시계 초침 소리 등을 넣어보았습니다.
음악을 고를 때는 아트리스트, 유튜브 뮤직 라이브러리, 도바 신드롬 등을 디깅해 후보들을 추렸습니다. 푸른 새벽의 빛이 들어온다는 스크립트에 맞추어서 그런 감성의 인트로가 있는 곡을 고르거나,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는 스크립트에 맞추어서 리듬이 강조되는 곡을 고르는 등의 연출을 살짝 넣어보았습니다. 일단은 듣기 좋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잘 어울리고 듣기 좋다는 리뷰에 참 기뻤습니다.
-시나리오
다음은 시나리오를 쓰며 고민했던 포인트들을 몇 가지 적어봅니다! 제가 지금 다루긴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 끝에 다다른 결과였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수인이의 이야기가 플레이어의 마음에 닿아야 이 게임이 깊이를 가진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를 설정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 혼자 올라와 노력했지만 무용과 입시에 실패한 수인, 수인의 곁에서 함께 무용과 입시를 준비하다 혼자 합격한 친구 유진, 그리고 그런 좋은 친구에 대한 수인의 애증과 자기혐오’를 메인 스토리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실패와 친구에 대한 알 수 없는 열등감으로 무기력해지고 자신을 방치하게 되는,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복잡한 마음을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이야기를 쓸 때 인물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곤 하는데, 주인공이 원하는 것은 얻지 못했지만 결국 필요한 것은 얻게 된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입시에는 실패하지만 좋은 친구를 얻고, 무엇보다 자신을 용서하고 조금 더 보듬어주게 된다. 그런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인트로 부분에서 이런 전체적인 스토리를 한 번 정리해주고 게임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했는데, 졸업식, 유진이 등 몇몇 키워드만 던져서 먼저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질문들을 불러일으키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수정을 했습니다. 얘는 왜 자신을 방치하게 됐지? 유진이는 누구지? 이런 질문들을 마음 저 편에 두고 플레이하다보면, 헨젤과 그레텔처럼 스토리의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는 게임 디자인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편이 게임성을 살리는 데에 보다 효과적인 듯하여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의 디테일들과 이스터에그들을 조금 다루어보려 합니다. 마찬가지로 팀원 분들의 많은 아이디어들이 함께 섞여있습니다.
- 게임의 제목인 ‘방안에 잠기다’는 sinked와 locked의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게임의 첫 문장은 카프카의 〈변신〉첫 문장을 살짝 비틀어 넣었습니다.
- 작은 성공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으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상호작용 성공 스크립트에 담고, 플레이어가 그런 메시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 영화 <블랙 스완>의 대사를 벽에 붙은 포스터에 담아서 무용의 테마를 살리고 게임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스포주의)영화 속 캐릭터는 수인이와 반대로 원하는 것을 얻고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는 점이 역설적이라 좋았습니다.
- 깜빡이는 수인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수인의 방도 큰 어항과 같구요. 그래서 수인이를 심하게 방치할 때 도달하는 배드 엔딩에서 깜빡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 튜토리얼 속 나레이터의 말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썼습니다. 가만 보면 귀엽지 않나, 하는 대목이 특히 그렇습니다.
- 부모님은 사랑과 상처를 함께 주는 인물들로 묘사했습니다.
- 실제 무용과 출신 인물을 인터뷰하며 디테일을 살리려 했습니다.
- 인어공주의 테마에 따라 수인이는 자꾸 넘어지는데, 성공 엔딩에서는 결국 물거품이 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걷게 됩니다. 다시 일어난다는 점을 꼭 넣고 싶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래 개발자님께서 말씀해주셨듯 많은 디테일들이 잔뜩 숨어 있으니, 직접 경험해보시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방 안에 잠기다〉는 끝내고 보니 참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으로 가슴에 남습니다. 주인공이 나와 같다는 느낌도 들고… 내 새끼 같은 느낌도 나고…. 꾹꾹 애정을 담아 영상을 만들고 음악을 찾고 글을 썼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자면 각각 게임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많은 것들이 알고 보면 귀엽고, 알고 보면 별 거 아니다’라는 내용의 스크립트입니다. 그 글귀를 자꾸 읽고 싶어서, 수인이가 마침내 졸업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이상하게 계속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번 플레이해보시면 무슨 이야기인지 느끼실 것이라 자신합니다! 게임 안팎의 많은 수인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시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저희 게임을 플레이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방안에 잠기다 개발자 비하인드
“방안에 잠기다 1000번 플레이 하고 리뷰 씁니다 _ 개발자 中 1”
저는 사실 빠르게 초기 기획 아이디어를 데모로 구현하고 플레이를 해보며 좋은 게임 기획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브레인스토밍을 할….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었습니다 ㅠㅠ 아무래도 제대로 유니티 개발을 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결국 여느 개발자가 그렇듯, 저는 어느샌가 코딩 춘식이(?)로 전직하여 뇌를 빼고, 숨어있는 악랄한 버그 자식을 잡기 위해 어김없이 방안에 잠기다 n회차 스피드런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뇌를 빼고 있었는데도, 방안에 잠기다 1000회차 클리어 고인물이 되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느낀 점들이 상당히 많이 쌓였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고인물로서 방안에 잠기다 영업할 겸, n회차를 플레이하며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방안에 잠기다 한 번 드셔보세요!)
private int n;
if (n < 97) // “이게 될까?”
{ 방안에 잠기다의 핵심 상호작용 원리는 정말 단순합니다. 클릭으로 오브젝트를 선택하고, 저희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성공 또는 실패의 결과가 나옵니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선택들이 모여 게임의 엔딩이 됩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닙니다!! 세심한 설계들이 들어가 있어서 재밌습니다!! 저희 게임 많이 플레이 해주세요 ㅠㅠ) 그러다 보니 초기에는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 “무겁고 심오해질 수도 있는 게임의 주제와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이런 단순한 시스템으로 전달 될 수 있을까?”
>
하지만 시간은 없고, 개발 할 건 많고, 일단 고민은 다른 팀원들을 믿고 나중에 하는 것으로 미뤄버리자….아직은 힘이 부족하다. 답답하다.
결국 저는 계속 개발을 해나가는 수 밖엔 없었습니다. 깜빡이에게 밥을 준 횟수가 이미 200번은 넘을 시점이었습니다.
}
else if (n < 466) // “단순한 게임 규칙이 사실은 완전 짱이었던 건에 대하여 ~ 게임개발전기”
{
방안에 잠기다의 레벨 디자인은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의 순서와 조건으로 이루여져 있고 체계적으로 문서화 돼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이를 유추해야만 하죠. 하지만 팀원들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저는 정작 작성된 스크립트를 제대로 읽어보질 않았고 (팀원들한테는 비밀이에요!!!) 그러다 보니 개발자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느낀 건 바로 ‘짜증과 답답함’ 이었습니다. ‘하… 빨리 진행해서 버그 찾아야 하는데 이걸 실패하네.’ 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렇게 플레이 100회차를 넘어서던 즈음에 번뜩 ‘어? 이거 우리가 원했던 반응이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게임 규칙은 재미도 없고, 메세지 전달에도 부족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은 줄고,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제 이 단순한 규칙에서 나오는 짜증과 답답함을 잘 짜여진 대사와 시청각 반응, 그리고 역으로 성공했을 때의 주어지는 보상을 통해 불합리성은 줄이고,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면?’ 저희가 의도했던 플레이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시스템의 단순함에 대한 걱정보다는 이러한 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또 이 단순한 시스템이 어떤 생각지도 못했던 힘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
else if (n < 822) “God is in the details”
{
많은 분들이 저희 게임의 퀄리티가 높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몇 가지 부족한 점도 많은데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건 저희 게임을 캐리해 준 개쩌는 팀원들의 공이 큽니다. (5252 믿고 있었다고 www 시나리오! 아트! 너무 아름다워요!!!). 아까 단순한 게임 시스템의 힘을 말하긴 했지만, 이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 힘이 발휘되는 일도 없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짧은 개발 기간이었지만 그에 비해 자잘한 디테일에 쏟은 시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거의 저의 대부분의 n회차 플레이는 이러한 자잘한 디테일을 만들고, 수정하는데 썼던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운드, 폰트 하나 하나, 픽셀 하나 하나 다른 팀원들 역시 디테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실 전 이런 건 게임 시스템이 견고하게 완성되고, 마지막에나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팀원들이 버그 QA로 문장 부호, 글자 색, 효과음 타이밍 하나 하나 지적해줄 때, 속으로 이런 건 지금 신경 안 써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극 I인 저는 차마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근데 이건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자잘한 디테일들은 어떻게 보면 부가적인 요소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디테일이 쌓이게 되면 다른 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쌓인 디테일이 가지는 힘은 게임의 핵심 시스템 못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정확한 말로 설명은 못하겠는데, 개발자로서, 그리고 방안에 잠기다 고인물로서, 이런 디테일들이 ‘신의 한 수’ 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디테일들을 구현하면서 정이 든(?) 디테일들을 몇 가지 공유해드리자면…
우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테일은 바로 화면을 클릭하면 나오는 물방울들입니다! 사실 제가 굉장히 초반에 개발한 기능이기도 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르지만, 있기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해서 뭔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게임 시스템 상에서도 디테일들이 있는데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순 없지만, 단순히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서 숨겨져(?) 있는 방 안의 물이 빠지는 원리가 있습니다. 게임을 업데이트 한다면 아마 이 원리가 좀 더 부각되도록 하지 않을까 싶네요!
또 많은 분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아마 저희 팀원들도 모를 것 같네요?) 디테일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바로 배경 음악입니다! 방안의 물이 점점 빠져나가면, 배경 음악이 조금씩 더 선명해집니다. 눈치채셨었나요? 정확히는 리버브가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원래는 초반에 리버브를 엄청 많이 줬었는데, 그러면 음악이 완전 변형되는 느낌이 들어서 좀 더 미묘하게 차이가 나도록 바꿨는데 아마 그래서 정말 집중해서 듣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긴 어려웠을 것 같긴 하네요 ㅎㅎ.
그 외에도 정말 많지만, 디테일의 또 다른 묘미는 말하지 않는데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 플레이를 통해서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남겨 놓겠습니다!
}
else
{
제가 방안에 잠기다를 제가 1000번 해봤는데, 1번 정도는 플레이 해봐도 좋은 게임인 것 같습니다(제발…). 이상 고인물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